82세의 노인이 52세 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 있었다.
그 때 우연히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시,
"까마귀라니까요."
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짜증이 났다.
"글쎄 까마귀라고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까마귀, 까마귀라고요.
그 말도 이해가 안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세요?"
조금 뒤였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애기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까마귀 한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같이 물었다.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까마귀라고..
똑같은 대답을 23번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어린아들이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실이 감사했고
그런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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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은 아들이 건강하게 태어나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 주는 것 만으로도 감격하고 감사하며 행복하지요.
그러나 그 아버지의 심정을 백분의 일 만큼 만이라도
아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는데, 우린 늘 그렇지 못함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픔니다.
오늘은 봄비가 온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며 내리네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온 세상이 연초록으로 채색되어 가겠지요.
오늘은.. 비 탓인지, 아니면 봄 탓인지,
더욱 간절히 부모님이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 고난에서 부활하신 부활절이 다가옵니다.
이번에 맞는 부활절은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은총에
진실로 감사하는 날이 되기를 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