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버이날 불현듯 부모님 생각이 나서 사진첩을 뒤적이다
오래전에 소천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며 적었던 글입니다.
함께 나누기에는 자식으로서 너무도 부족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잊혀져가는 기억을 새롭게 함으로 삶의 자리를 감사하며
자신의 내적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토로(吐露) 입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 처럼 비가 내립니다.
사랑하는 당신이 이 땅을 떠나던 그 해 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렸습니다.
검고 우직한 하늘을 바라보면
많이도 힘들었던 그 때의 기억들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사람이 산다는것 ,끝없이 이어지는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오늘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여 답답한 가슴 입니다.
소리없이 흐르는 깊은 강물처럼
어지러운 한 세상의 수 많은 언어들을
기도와 묵상으로 잠재우던 당신의 묵묵함이
많이도 그리운 오늘 입니다.
작은 일에도 고요와 평정을 잃어버리는 나의 경솔은
부족한 내 신앙 때문 이란것 을 알기에
그것을 가르쳐 줄 당신이 더욱 더 간절히 그리운 오늘 입니다.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으나
어린아이 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잊고 말았습니다.
어머님 먼저 보내시고 그 많은 외로움의 밤을
당신 혼자서 감당 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나날 이었음을 알면서도
먹고 사는일에 바빠서.. 라는 핑게로
나는 내 가족만 생각하는 불효자 였음을 이제야 뉘우칩니다.
그러나 이 땅에는 그 뉘우침을 들어줄수 있는 당신은 없습니다.
공허한 메아리만 가슴을 울립니다.
지금 내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 한번 만 이라도 사랑하는 당신 두분을 뵙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뵈올수 있다면 백치 같은 심성으로
가슴 깊숙히 간직해온 심정을 토로하고 싶습니다.
삶의 시간이 때로는 긴 것도 같았으나
요즘은 참으로 짧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다는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될때도 있음은
진실로 나를 위하여 기도하는 두 분을
만날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 지기 때문 입니다.
내 이 말은 아내가 알면 정말 큰일 날 테지만
용기를 내어 진심을 토로 하는 것 입니다.
감사 한 것은 이 곳 이든 그 곳 이든
내가 갈 곳이 있다는 것 입니다.
부족이 덕지덕지한 남편과 아버지 이지만
지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돌아갈지 라도
남편으로 아버지로 인정하며 기다려주는
착한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이곳도
부랑아 같은 자식을 맨 발로 달려나와
반가이 맞아줄 당신이 있는 그 곳도
나의 쉴 자리가 있기 때문 입니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와 장래를
아름답게 가꾸어 갈수 있기를 기도 합니다.
내 주변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 진실과 정직으로 나누며
주변에 우울함 보다는 기쁨을 퍼뜨리는
삶 으로가꾸어 갈수 있기를 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가질수 있는 내 삶의 시간이 얼마 일런지 알수 없지만
남은 그 시간들이 차곡히 채워질수 있기를 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 영혼이 육신과 갈라서는 날
아내와 자녀들 에게 당신께서 내게 물려주신
하나님 앞에서 의 겸허 함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아버지! 진실로 사랑합니다.그리고 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