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며늘아기 지윤이에게
이제 계절이 바뀌려는지
어제는 아스라히 가을비가 내리고
거리와 가로수에는 물안개가 피어나는-
참으로 하늘은 높고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는
이렇게도 좋은 계절에
사랑스러운 지윤이가 우리집에 오게 됨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단다
나이찬 여인을 그 이름으로 부르자니
몹시도 어줍쟎고 격에는 어떨지 주저된다마는 -
격식을 떠나 새 딸을 얻은 기분으로
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너만 좋다면 그냥 이름으로 부르마.
여자로 태어나 부모님으로부터 지금까지
그렇게나 많은 사랑으로 자라나
이제 때가 되어 혼인을 맺자니...
우리 시욱이 -
많은 부족함이 있지만 일일이 들추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마음 하나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고
남편으로 맞이하는 우리 지윤이는
참으로 고맙고 또 큰 복을 예비하는구나.
그런 복있는 지윤이가 통채로 우리집에 오게되니
어찌 경사(慶事)가 아니겠느냐.
이 집안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 없단다.
옛 사람들도 며늘아기 보고 이렇게 좋아 했을까.
눈은 크고 가냘픈 몸매에
한없이 착한 마음씨 가진 우리 지윤이,
시욱이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가 되리라 꼭 믿는단다.
한쪽 날개 밖에 없어 두 마리가 같이 날아야
멀리 날 수 있다는 전설의 새 비익조(比翼鳥).
또, 서로의 인연이 깊어
두 나무가지가 하나로 합쳐지는 연리지(連理枝)의 인연이 -
너희들 보다 더 깊으랴.
부디, 평생을 비익조와 연리지가 되어
몸과 마음을 하나로 -
깊은 인연을 함께 맺으려므나.
여기서, 잠시 -
친정에 남겨야 할 것이 있으니
천륜이라 일컫는 부모와의 정(情)이라.
지난 세월
젖은 자리 마른 자리 곱게 길러 주신
부모님의 고마움을 어찌 두고 오겠느냐.
곱게 담아 가슴에 새기고
두고두고 갚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니겠느냐.
지금까지 너무나 예쁘게 자란 지윤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보태랴마는
지윤아, 두 가지만 부탁할게.
하나는, 검소와 절제란다.
나에게는 검소(儉素)요 남에게는 절제(節制)라.
이 세상 어떤 가치보다
여인의 검소와 절제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란다.
이것은 성공한 집안의
흔들림 없는 미덕임을 되새겨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단다.
그후에 남는 것이 있다면, 남을 위해 쓰는 것이고...
또 하나, 교회에 다녔음 한단다.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이란다.
우리를 사랑하시며, 또 축복해 주시고...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나 다운 것도,
우리가 우리다운 것도,
또 지윤이와 시욱이의 아름다운 만남도
다 하나님의 은혜라...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우리 식구 모두 서로에게 감사하며
작은 예배 드릴 수 있는 그런 가족이 되었으면 -
참 좋겠구나.
자연에 계절이 있듯이 인생에도 계절이 있단다.
지금은 참으로 좋은 시절 -
한창 젊은 마음으로,
신혼의 부푼 가슴을 마음껏 품고 우리집에 오너라.
그리고 마음껏 즐기거라.
또한 시욱이와 함께
무엇이 닥쳐와도 이겨나가고 ...
앞으로 너희들 인생에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참으로 좋은 날 -
새 만년필 첫 글씨로
가장 맑은 마음으로 -
하나뿐인 며늘아기 - 지윤이에게
정성을 가득 담아 보낸다.
부디,
시욱이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거라.
2011. 11. 19.
가슴으로 나은 새 아비가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