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HELP DESK  |  SITEMAP
     교회 주보  
     새가족 소개 
     공개 자료실 
     포토 갤러리
     게시판 모음
     QT 나눔 
     기도 나눔 
     간증 나눔 
     소그룹 모임 
     교우 사업체 
  HOME > 나눔터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0-11-21 16:40
[기타] 수필 한 편 올립니다
 글쓴이 : 손숙희
조회 : 3,794  

-수성못을 지나며-

손 숙 희

   봄 향기가 가득하다. 가지마다 새 잎이 돋아나오는가 하면, 꽃망울 맺힌 꽃나무도 줄을 이었다. 생명의 부활, 그 풍경이 참으로 정직하다. 계절과 자연의 질서에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어쩌다 보면 2월은 바람 같이 지나가고, 또 삼월은 일에 잠겨서 눈을 뜨고도 못 보던 봄 풍경이 아니던가. 이때쯤이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이유나 유혹이 물안개처럼 피어나곤 했었다.

  교회가 수성구 지산동으로 이사를 하고부터는 집과의 거리가 많이 멀어졌다. 성서에서 지산동 드림교회까지 오려면 시내의 수많은 교회를 지나게 된다. 유능한 목사님을 모신 교회들이 차창으로 줄지어 다가오고 지나간다. 예배를 드리러 그 멀리까지 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답은 명쾌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힘에 이끌려 주일마다 이 길을 오고 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이 길을 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금동 산을 지나면서 그런 갈등을 날려버리곤 했었다. 아카시아 숲이 빽빽하게 둘러 있는 산 아래의 학교 건물에는 대구과학고 표지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산바람에 꽃냄새와 나무 향기가 차창으로 밀려들면 학교 앞이었다.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아들에게 세탁한 옷가지와 간식을 갖다 주려고 매주 한두 번 찾아온 길이다. 집 떠난 아이를 만나는 마음으로 단 한 번도 멀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편할 리 없는 학교생활이 즐거운 듯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오히려 복잡하고 먼 길을 오가는 어미를 걱정하던 아이였다. 아들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그곳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아렸다.

  그 후로 여러 해 동안 일요일이면 시가지를 가로질러 이 길로 교회를 왕복했다. 학교가 나타나면 건물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손 흔들며 배웅하던 모습의 잔영이 남아서일 게다. 그 기억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집착이었을까. 그 후로 아이는 줄곧 집을 떠나서 생활하였고 방학이 되면 며칠씩 다녀가는 손님 같은 가족이 되고 말았다.

  요즈음은 도심의 도로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작년부터는 신천대로를 달린다. 전보다 차량이 늘어나 시내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도 하려니와 가끔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길에서 가슴 졸이거나 낭패를 당하는 일이 있어서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상쾌한 공기를 뚫고 신천대로를 달리면 도시가 내 품에 들어온다. 라디오 채널을 고르면 좋은 음악이 있고, 귀한 말씀이 있으며, 새로운 정보도 있다. 선택에 따라서 길의 풍경이 달라지듯이 삶의 그림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음이 재미있다. 신은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맘껏 허용한 셈이다. 세상은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고 또 나쁜 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활철학을 몸으로 터득하는 시간이다.

  정목사님의 설교는 먼 길 달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우선 순서가 된다. 「누가복음」이나 「로마서」를 다분히 신학적 견해로 풀어주시는 것은 물론, 때로는 문학과 철학의 진수를 뽑아 기독교의 정신에 투입하시는 데 전율을 느낀다.
헤밍웨이의 작품 속에 인용된 성경의 구절을 증거하시고, 엘리어트의 ‘황무지’ 속에 투영된 잔인한 사월의 의미를 들려주신다. 톨스토이가 믿었던 하나님과 만나게 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신을 전해준다. 위대한 과학자가 신의 솜씨라고 외경을 금치 못하는 신비한 우주를 통해 존재를 일깨워 깨달음을 주신다. 램브란트의 명화 속에 깃든 탕자의 모습을 보게 하시고, 오프라 윈프리가 믿는 하나님을 증거해 주신다. 그래서 나는 매주 먼 거리를 달려 예배에 참여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길은 여러 갈래로 나 있지만 마지막 코스는 수성못가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이다. 시간이 이르다 싶으면 수성못에 들어서서 물과 숲을 즐긴다. 예배에 참여하기 위해 오는 길은 멀지만 그 시간만큼 계절을 가까이 머물게 함으로써 느끼고 감사할 일들은 많아진다. 아이의 학창 시절에 내 마음이 그랬듯이 지금도 나에게는 정녕 축복된 길이다.

  오늘도 30분 이른 시간을 위해 못 가의 벤치에 앉았다. 꽃봉오리 벙그는 봄 풍경 속에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있는 나를 들여다본다.

  (2010년 봄)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강창술 10-11-24 08:10
 
너무나 귀한글 잘 읽었습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 생활에 감사하는 마음, 주님이 주신 누리는 마음, 담임목사님에 대한 헤아리는 마음에 대해 오늘 아침 연약한자로서 감동을 받습니다.
일선 선배교사로서 후배인 저에게 잔잔하게 보여주는 귀한 마음 항상 간직 하겠습니다.
손숙희 10-11-25 10:29
 
강 집사님, 반갑습니다. 먼발치에서도 열심히 봉사하시는 집사님의 모습에 머리 숙입니다. 올린 글은 올봄에 작성한 원고인데 교회채널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었어요. 우리 교회는 은혜로운 예배시간과 전도회 등 소그룹의 기능이 뛰어난 점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아끼고 기도하며 위로하는 소그룹 안에서 연약한 영혼이 평안을 얻고 믿음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으니까요. 그리고 우리 목사님은 신성과 지성과 선한 인품을 겸비하시고, 유머 감각까지 뛰어난 유능한 목회자시죠. 저는 목사님의 설교 시간을 너무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현대인이 하나님의 존재를 믿을 수 있도록 증거해 주시는 능력을 갖고 계시니 놀랍죠. 그리고 우리 교회 교우님들은 모두들 너무 따뜻해서 존경스럽습니다.
 
 

Total 498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교회와 관련된 글 외에는 올릴 수 없습니다 - 관리자 최종문 01-29 12782
408 [기타] 명아롱 자매 글입니다. 명아롱 03-25 3799
407 [기타] 수필 한 편 올립니다 (2) 손숙희 11-21 3795
406 [일반공고] 누가 이사람을 (1) 양태주 12-01 3791
405 [기타] 대구37기 아버지학교 안종일 01-09 3786
404 [기타] 교회당 바깥 얘기(아름다운 만남) (1) 채종윤 09-21 3782
403 [모임안내] 80주년 기념 위원회(전체) 2월 정기월례회 강창술 02-01 3771
402 [행사안내] 베트남 라오스를 알자 세미나 임수경 10-30 3757
401 [기타] 신명고등학교 학원선교 안종일 09-30 3756
400 [축하글] 기독신문 안종일 10-27 3756
399 [기타] 새벽기도 (박노량 집사님의 시 한편 올립니다.) (2) 김선이 09-08 3750
398 [행사안내] [대구동부교회] 제3회 청소년 은혜축제 김기식 07-27 3745
397 [일반공고] 2009 홈페이지 갱신에 대하여 김영수 12-31 3736
396 [기타] 교구>교구활동앨범에 재너머구역 사진몇장(내용무) 박호동 10-14 3735
395 [행사안내] 신명고 학원선교 보고회 장용원 09-22 3730
394 [기타] 동영상 플레이어 기능추가 안내 (1) 이윤호 12-08 372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