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우곡 / 이진호
겨울산 하얀 눈속에
허물진 마음 묻어두고 오는길
세상의 때 씻으려 목욕탕에 들렸다
더러운것은 다 털어내겠다고
알몸되어 사우나실 들어서는데
나보다 먼저 알몸으로 버티고 있는
저 모래시계
뱃속까지 훤히 보인다
나도 배 가르고 오장육부 씻어내면
저 모래시계처럼 속까지 깨끗해질까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는데
십자가 붉은 보혈이 흘러 내리고
주님의 말씀 물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먼저 된 자 나중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된다는데
한발자욱 뒤쳐지면 세상에서 지는 일 이라고
시계바늘처럼 쉼없이 달려온 세월
더 가져야 승리자라고 끝없이 움켜잡던 나에게
내어줌으로 되돌려 받는 하늘의 법칙
너는 축복의 통로라 하시네
몸도 내려놓고 마음도 비워가는 시간
온몸에서 향기가 난다
집으로 향하는 두어깨가 한결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