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가을
우곡 이진호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아직은 푸른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나무 그늘 아래
신천 강물보다 더 빠르게 흐르는 세월
잠시 붙잡아 보고파
의자에 기대어 앉는데
설익은 잎사귀 하나
지난 여름의 전언(傳言)이
빼곡한 연서(戀書)로 내곁에 슬며시 내려 앉는다
여름내내 그늘 아래에서
이 더운 여름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고
덧없이 던진 내 말에
아직 청춘이 구만리 같은 푸른 밒사귀가
가을물 붉게 들지도 않은채 제일 먼저
나에게 가을 소식 전해준다고 내곁에 다가온다
미안한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는데
언제 이렇게 빠른 세월 흘러 보냈나
내 짱배기가 헐렁하네
아무말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게나.
구월의 하순에